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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의 고려아리랑①]조선인으로 헤어져 고려인으로 다시 만난 155년 이산(離散)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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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의 고려아리랑①]조선인으로 헤어져 고려인으로 다시 만난 155년 이산(離散)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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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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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1세대는 모두가 애국자요, 독립운동가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새롭게 조명 받는 고려인 사회
▲1937년 강제 이주도 모습. 1863년부터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1937년 가을 어느 날 기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뿔뿔이 흩어지는 82년 이산의 한을 가슴에 품게 됐다. ⓒ최희영
▲1937년 강제 이주도 모습. 1863년부터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1937년 가을 어느 날 기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뿔뿔이 흩어지는 82년 이산의 한을 가슴에 품게 됐다. ⓒ최희영

 

‘원동땅 불술기에 실려서 / 카작스탄 중아시아 러시아 /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도 / 우리는 한 가족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1절)

진펄도 갈밭도 소금밭도 / 땀 흘려 일구니 푸른 옥토 / 모진 고난 이기고 일어서니 / 우리는 한 민족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2절)

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 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 / 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 /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3절)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요즘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 2104년 12월 김병학 작사, 한 야꼬브 작곡으로 탄생한 <고려아리랑>이다. 1절 가사 첫 머리의 ‘원동(遠東)땅’은 연해주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노랫말 ‘불술기’는 기차를 뜻하는 함경북도 지방 방언이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척박한 땅을 푸른 옥토로 바꾸기 시작한 고려인들의 1940년대 감자 수확 모습. [자료제공=김병학]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척박한 땅을 푸른 옥토로 바꾸기 시작한 고려인들의 1940년대 감자 수확 모습. [자료제공=김병학]

 

노래 1절의 시간적 배경은 1937년이다. 스탈린은 그해 가을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를 단행했다. 소설가 한진의 말마따나 어느 날 갑자기 한날한시의 타의적 불술기(기차) 승객이 된 고려인들은 그로부터 한 달 뒤쯤 중앙아시아로 흩어졌다.

노래 2절의 공간적 배경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다. 노랫말 앞머리의 ‘진펄’은 ‘땅이 몹시 질어 질퍽한 벌’을 뜻한다. 북한어 사전에서는 이를 ‘헤쳐 나가기 어려운 조건이나 환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 갈대밭과 염분기 가득한 소금밭, 그리고 진펄만이 펼쳐졌던 척박한 땅을 그들은 푸른 옥토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82년. 2019년 4월 18일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그들을 위로하며 “고려인 1세대는 모두가 애국자요, 독립운동가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마침 3.1운동 100주년과 임정 수립 100주년이란 기념비적 시점이라 이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는 더욱 의미 있게 증폭됐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되어 우즈베키스탄의 척박한 땅에서 생명을 부지하며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 고려인이 여러 방면에서 한국의 도움에 감사하듯 과거 이 나라 사람들이 보여줬던 따뜻함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역사적 평가에 우즈베키스탄 하원의원인 빅토르 박 고려인문화협회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부모님 세대에게 들었던 할아버지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사를 평생 기억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한의사로 일했다. 그러면서 말 농장주까지 겸해 남부러울 것 없었다. 하지만 1937년 가을 추수를 마칠 즈음 모든 행복이 멈춰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연방 군경이 들이닥쳐 강제로 그의 할아버지 가족을 화물 열차에 태웠단다. 그리고 28일간을 밤낮으로 달려 낯선 땅 타슈켄트에 버려졌다.

“먹을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열차로 이동하면서 아버지 3형제 중 막내가 죽었대요. 그런데 묻을 시간도 주지 않아 시베리아 철로가 지나가는 도로변에 내려놓고 왔다고 하니….”

그런 서러움 속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이들이 바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려인 사회 최초로 자신을 하원의원으로 뽑아준 이들 역시 그들이라고 했다. 고려인을 다른 민족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그는 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고맙다.

▲고려인 출신의 빅토르 박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장(왼쪽)과 아그라피나 신 유아교육부 장관이 2019년 4월 20일 오전 타슈켄트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념사진 촬영한 모습. ⓒ최희영
▲고려인 출신의 빅토르 박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장(왼쪽)과 아그라피나 신 유아교육부 장관이 2019년 4월 20일 오전 타슈켄트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념사진 촬영한 모습. ⓒ최희영

 

그는 고려인 3세로 2015년 임기 5년의 선출직 하원의원에 당선된 현직 정치인이다. 그의 의회 입성을 계기로 고려인 사회의 신분도 한 계단 상승했다. 따라서 2012년부터 타슈켄트 고려문화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모든 행보는 늘 묵직하다. 양국 간 정치 교류의 가교 역할은 물론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들의 권익 신장에도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말씀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중앙아시아 모든 고려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함으로써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줄 수 있게 됐습니다. 중앙아시아에는, 특히 우리 우즈베키스탄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로 활동하는 고려인들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가 문 대통령의 이번 말씀에 매우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신 아그라피나 장관의 표정 역시 밝았다. 그녀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신설된 유아교육부의 초대 장관이다. 특히 ‘유치원 교육의 모든 것을 한국에서 배우라’는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장관직에 오른 뒤 수시로 양국을 오가며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 사회의 자부심을 키워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에서 “고려인 1세대들은 모두가 애국자요, 독립운동가들”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4월 20일 우즈베키스탄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모습이다. ⓒ최희영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에서 “고려인 1세대들은 모두가 애국자요, 독립운동가들”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4월 20일 우즈베키스탄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모습이다. ⓒ최희영

 

이밖에도 비탈리 편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역시 고려인 출신이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기관인 우즈베키스탄 국가프로젝트관리청(NAPM)의 드미트리 리 청장과 알렉산드리아 텐 디지털펀드 사장 등 우즈베키스탄의 내각에는 현재 많은 고려인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들 모두가 <고려아리랑>의 노랫말 그대로 ‘진펄, 갈밭을 푸른 옥토로 만들기 위해 모진 고난 이기고 일어선’ 중앙아시아 고려인 1세대들의 후손들인 것.

“많은 고려인이 모국어를 잊어버린 상태라 그들이 배우기 쉽도록 가사를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고려인들의 역사와 영광과 의지가 잘 나타나도록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1절엔 수난의 과거를, 2절엔 고난 극복의 긍지감을, 3절엔 미래의 다짐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고려아리랑>의 노랫말을 지은 김병학 시인의 설명이다. 그는 20대 후반 한글학교 교사직을 택해 카자흐스탄으로 떠난 이래 25년 동안 현지에 머물며 고려인 관련 자료를 수집한 국내 최고 수준의 고려인 전문가다.(계속)

 

*이 기사는 최희영 작가가 인터넷언론 <미디어피아>에 연재 중인 내용임. 기사 전재를 허락해 준 최희영 작가님과 미디어피아 측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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